정치는 여전히 퍼지식 사고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흑과 백의 옛날을 그리워하는 정도를 넘어서 현재는 물론 미래도 선명한 흑백의 세계일 뿐이라는 자세를 취한다. '0.5 진보'나 '0.5 보수'에 불과한 집단들마저 '정체성'과 '선명성'을 아름다운 단어로 여기는 반면, '타협'과 '절충'을 더러운 단어로 여긴다. 비난받을 만한 '야합'이 전혀 없는 건 아니겠지만, 타협을 무조건 야합으로 보려는 충동이 충만하다.